VR 인터랙티브

“VR 인터랙티브”로 체험하는 과학자의 서재

그들의 서재에 한 걸음 더 들어가고 싶은 독자들을 위하여
이덕환 교수의 서재를 방문하였다.

그가 들려주는 서재,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인터뷰어가 되어 가상공간에서
직접 물어볼 수 있다.

사회와 소통하는 과학,
합리적인 사회를 고민하는
나의 작은 서가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

이덕환 교수는 실험 중심인 화학 분야에서 ‘양자화학’과 ‘비선형 분광학’을 전공한 보기 드문 이론 화학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다.
대학에서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을 함께 가르쳤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는 소재에 대해 속시원한 해설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가습기 살균제와 친환경 생리대 같은 생활화학 제품 문제부터 과학기술 정책과 원자력 정책 등 학자들이 책임있는 발언을 꺼리는 주제에 대해
거침없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언론사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과학자’로 통한다. 지금까지 20권이 넘는 대중 과학서적은 번역하고
지금도 다양한 매체에 컬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 과학커뮤니케이션학)는 지난해 은퇴를 앞두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작은 서재를 열었다. 이 교수의 옛 학교 연구실은
유학에서 가져온 화학 옛 전공서 외에도 인문 사회 분야의 다양한 책들이 빽빽이 자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화학자의 연구실이라고 하기엔 낯선 모습이기에
그의 연구실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적잖이 놀란다. 이 교수는 은퇴 직후 전공서 상당수를 정리했다고 했다. 제자들에게 남기기도 하고 그러고도 700권 넘는
교양서적을 정기적으로 책을 기부하던 고등학교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트럭 한 대 분량이다. 가지고 있어야 할 책 딱 200권만 챙겼다.
이 교수는 이른 새벽 집에서 나와 서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공계 사람들은 집에서 일을 잘못한다고 했다.
혼자서 시간을 보낼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강대에서 쓰던 연구실과 거의 같은 구조로 꾸몄다. 집에는 책을 가져다 두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에 굳이 책을 가져다 놓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요즘도 집필을 놓지 않는 그는 이 시간이 가장 글이 잘 써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시간이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35년간 교수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책을 샀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월급의 상당수를 책 구매에 할애했다.
이 교수는 “책 모은 것을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했다”고 했다. 그와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화학자가 맞나” 싶은 의문이 생길 만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보이는 것도 그의 남다른 책 사랑에서 비롯됐다.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항상 책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번역서와 저서를 합해서 30권 가까운 책을 냈다. 그중 번역서가 20여 권이 된다. 원자와 분자의 세계를 탐구하는 연구자가 과학을 전파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 나서게 된 것도 우연히 시작한 책 번역에서 시작했다. 지금도 그의 서가를 가득 찬 책들 속에 이들 책이 있다.

제일 먼저 번역했던 것은 1996년의 ‘그림으로 보는 분자 세계와 대칭성’이다. 삽화가 많은 화학입문서 비슷한 책이었다. 본격적으로 번역에 나서고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 코넬대 유학 시절 박사과정 지도교수이던 로알드 호프만 교수가 쓴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라는
책부터다. 어려운 이론 화학의 즐거움을 화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호프만 교수는 그가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발을 들이는 데 큰 영향을 줬다.
호프만 교수는 1993년 서울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떠나는 자리에서 “화학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고 유용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과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과학을 너무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며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말했다. 스승의 한 마디는 깊은 고민을 남겼고
제자는 화학 대중화라는 일을 시작해보기도 했다.
서가 한 쪽에 꽂힌 책 가운데 이 교수가 번역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눈에 띄었다. 올초 작고한 까치글방의 고(고) 박종만 대표 권유로 번역을 시작한
이 책은 번역가로서,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이 교수를 본격적인 알린 대표적 베스트셀러다. 올해 개정판이 나온 이 책은 500여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그림 하나 없다. 스승인 호프만 교수가 부탁한 것처럼 사람들이 좀 더 과학에 친숙해지고 과학적 사고를 해줬으면 하는 책임감에서 책 번역을 시작했다고 했다.
책은 과학자들이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 과학자들이 다른 과학자들과 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 과학적 지식이 발굴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교수는 “여행 작가인 빌 브라이슨이 활용한 300권이 넘는 방대한 참고문헌에는 과학교과서들도 있다”며 “방대한 자료를 색다른 시각으로 정리한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말했다.

책을 좋고 나쁨이라는 가치관 잣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매일 쏟아지는 책 홍수 속에서 평범한 일반인의 과학적 지식을 넓힐 과학 교양서를 찾는
눈을 갖는 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이 교수는 “어떤 과학책을 읽으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너무 좁은 분야에 깊이 있게 들어가는 책보다는
넓게 볼 수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가 한쪽에 꽂혀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균쇠》를 뽑으며 인류가 자연에서 문명을 일구어 오늘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해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거대사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총균쇠》의 역사학적 가치에 대한 일부 학자들의 엇갈린 평가는 아직 우리 사회에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자들의 시각차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류가 어떻게 자연으로부터 독립을 했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연이
얼마나 거칠고 위험한 것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는 책”이라며 “과학은 자연에 대한 지식, 기술은 이를 바탕으로 인간 생존확률은
높이는 것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 기술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가 한쪽에 꽂혀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균쇠》를 뽑으며 인류가 자연에서 문명을 일구어 오늘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해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거대사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총균쇠》의 역사학적 가치에 대한 일부 학자들의 엇갈린 평가는 아직 우리 사회에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자들의 시각차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류가 어떻게 자연으로부터 독립을 했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연이
얼마나 거칠고 위험한 것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는 책”이라며 “과학은 자연에 대한 지식, 기술은 이를 바탕으로 인간 생존확률은
높이는 것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 기술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평소 과학적 합리성이 사회에 잘 녹아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런 점에서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과 독감은 현대 과학의 힘과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의 중요성을 알린 중요한 책이라고 말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은 화학자들이 가장 숨기고자 하는 책이자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는 책이다. 레이첼 카슨이 주장했듯이 DDT가 과연 나쁜 것이었나 긍정적인 면도 있지 않냐는 논란이 지금도 있다.
이 교수는 “어떤 기술이 한 사회에서 어떻게 수용되는가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장 극단적인 예를 보여준다”며 “한국도 이런 논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고,
좋고 나쁘다는 평가 속에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독감 역시 또 다른 방식으로 과학의 현실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1918년 6월부터 1919년 4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스페인 독감을 추적하는
과학적 노력을 담고 있다. 당시는 바이러스의 존재도 알지 못하고 백신도 없던 시절 3차례 팬데믹(대유행)을 거쳐 50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후 신종 플루를 거쳐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라는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근원을 추적하는 스토리는 진실을 추적하는 과학의 역할과
가치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합리적인 사회를 위해 책의 읽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창의적인 과학자가 되려면 방황도 필요하고 여유도 필요하다”며
“방황으로 전공과 다른 교양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흐르고 정보는 넘치는 상황에서 책은 지식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현대인은 물론 과학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연구실과 별도로 서재를 마련할 필요도 없이 연구실 작은 한쪽에 작은 서가를 둠으로써 창의성을 유지하는 비결” 강조했다.